어느老夫婦의 하루
<어느老夫婦의 하루>
우리 집의 아침은 남과는 다르게
항상 늦게 밝는다.
일흔 살의 남자와 예순 세살의 여자가 사는 집,
출근길이 바쁜 직장인도, 학교에 늦을
학생도 없으니
동쪽 창에 햇살로 눈이 부실 때 까지 마음 놓고
잠에 취한다.
노년이 되면 초저녁잠이 많아
저절로 아침 형 인간이 된다는 데,
우리 내외는 밤에 일하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어서 늘 새벽 네, 다섯 시에나 끝나서
집에 들어와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수면에 빠진다.
잠에 관한한 여전히 젊은이 같아 늘 잠의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게을러도 괜찮은 나이,
해가 충천에 뜰 때까지 자도 뭐라
잔소리하는 사람도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다
하여 늦은 아침을 맞이하여 눈을 뜨면
내게 찾아온 노후는
조금 건강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늘 하나님께 감사하고있다.
남자인 내가하는 아침식사준비는 간단하다.
잠이 많은 집사람은 더 자라고 냅두고
내가 살며시 일어나서 양배추나 부추를
요구르트와 갈아서 컵에 따라놓고
빵 한쪽을 구워서 먹을 수 있게 준비한 다음
집사람을 깨워서 함께 먹는 게 아침이다.
그리고 점심은 어느 집과 같이
잡곡밥에 국, 김치와 나물, 생선 한 토막에
고기는 어쩌다가 한번 씩 먹는 것 이어서
화려한 밥상은 아니어도
그렇다고 초라한 밥상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집사람한테
늘
"아~ 잘 먹었다" 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어느새 사십여년 서로가 말 한마디 없어도
무었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점심 먹은 빈 식기를 아내가 치우는 동안
나는 커피를 준비 한다
식후에 커피 한잔의 의미는
달콤 쌉싸름한 맛을 즐기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둘만의 시간을 습관 적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미세먼지가 없는 날엔 주변 공원을
산책 한다든지 아니면 하루 걸러서 한번은
노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근육 늘리는 운동을 한다.
약 두시간정도 땀이 흠뻑 젖도록 운동하고
샤워를 하고나면 몸과 마음은 개운하지만
내 배꼽시계는 음식을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근을 하는데 그 시간에
나는 출근하여 청소를 하고
손님맞이할 준비를 마치면 그때부터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며 그 일은 새벽 늦게까지
이어지고 어떤 때는 동쪽하늘에 밝아올 때까지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사소한 것에도 아웅다웅 다툼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보둠어 주고
사랑만 하기 에도 주어진 시간이 너무너무 짧다
하여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우리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평생을 바친 아내를 위하여
나도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 하련다.
-pyo-
(이세상 끝날까지 영원한 사랑 )